같은 돈, 다른 모양 : 홍콩의 3대 발권은행

Posted by 자유정의설리
2014. 11. 20. 23:00 新界 : 홍콩 생활 사전




하나의 돈, 세개의 다른 화폐 


우리나라의 발권은행은 '한국은행', 미국의 발권기관은 '연방준비이사회', 일본의 발권은행은 '일본은행', 중국의 발권은행은 '중국인민은행'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이 지폐를 발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에 가보면 3개의 은행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 들어 보셨나요?

홍콩에서는 3곳의 시중은행에서 돈을 발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에 소매금융을 철수한 HSBC(Hong 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香港上海匯豐銀行), 종각역 근처에 서울지점을 두고 있는 중은홍콩(Bank of China(Hong Kong) 中國銀行(香港)), 우리나라에서 (구)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 渣打銀行) 세 곳에서 발권을 하고 있습니다. 20, 50, 100, 500, 1000달러 권종을 시중은행 3곳에서 7:2:1의 비율로 발행하고 있구요, (그래서 시중에 풀려있는 지폐 중 HSBC권종이 제일 많이 보입니다.) 10달러는 홍콩 정부에서 발행을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마구잡이로 찍어내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홍콩 금융관리국에서 엄격하게 통제를 하고 있고, 1HKD당 USD를 정부에 지급하는 식으로 발행하고 있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폭락할 일 없이,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동전과 10HKD의 권종은 홍콩 정부에서 직접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가지 권종이 사이즈와 색채에 있어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헷갈리실 일은 없을거에요. 세 지폐 모두 똑같이 통용됩니다.

참고로, HSBC와 홍콩 정부 발행권종에는 한자가 元으로, BOC와 SC권종에는 圓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깨알같은 잡지식!


HSBC : 香港上海匯豐銀行 






HSBC권종은 홍콩 지역 내에서도 제일 많이 보이는 권종입니다. 특히 고액권에 있어서는 HSBC권종이 제일 많이 보입니다. 앞면은 통일되어 있는 HSBC빌딩과 HSBC 사자상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HSBC그룹은 영국계 은행인데요, 홍콩과 영국에 본사가 있습니다. 영국의 본사 건물은 건물주가 우리나라 '국민연금'이었는데요, 임대료를 내고 여전히 입주해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크로아티아계 회사에 매각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HSBC그룹에서 홍콩에 은행이 두개가 있어요. HSBC와 항셍지수로 알려져있는 항생은행(恒生銀行) 또한 이 그룹의 소속인데요, 두 은행간에는 이체가 자행간 이체로 취급되어 수수료가 없답니다. HSBC ATM에서 항생은행 계좌를, 항생은행 ATM에서 HSBC 계좌를 사용해도 수수료가 전혀 없어요. 두 은행간의 망은 'ETC'라고 부르고, 다른 은행들은 JETCO라는 망을 이용하는데요 (ATM 네트워크 이름이 'ETC' 'JETCO' 입니다.) 사실 전철역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HSBC ATM, 항생은행 ATM이에요. 두 은행이 제일 크기도 하구요. 


Standard Chartered Bank : 渣打銀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또한 영국계 은행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SC제일은행에서 2013년 1월부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이 액권의 비중은 약 10%정도 되는 것 같아요. 소액권 위주로 많이 보이고, 고액권은 보기 힘듭니다. 앞면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뒷면에는 여러 유물들이 그려져 있어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홍콩의 발권은행이니까 뭐 조금 더 우리나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웃거리지 마세요. 그런거 없습니다. 전에 HSBC에서 국제현금카드 만들러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한국씨티은행으로 가세요~'라고 안내해줬어요. SC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없어요. 그런거. 그냥 디즈니 통장을 발급받으세요...



Bank of China (Hong Kong) : 中國銀行(香港) 





중국은행권은 앞면이 한결같이 중국은행 홍콩 건물의 모습을, 뒷면에는 풍경을 담고있어요. 중국은행, 뭔가 중국의 은행이라는게 이름부터... 웬지 중국의 발권은행일 것 같이 생겼지만, 중국의 발권은행은 중국인민은행입니다. 그래서 상업은행이에요. 하지만 홍콩에서는 발권은행입니다. 앞면의 중국은행 홍콩 건물은 1990년 즈음에 새로 건축되었는데, 그 옆에 낮은 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거기는 옛 건물이고, 현 건물로 이주한지는 약 20여년이 조금 더 넘었네요. 저 건물의 인상적인 점은 대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 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대나무의 느낌이 잘 들지는 않아요. 아, 저 건물은 프레임이 X자로 교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게 왜 인상적이냐면, 처음에 저게 X자라고 풍수지리에 안맞다고 사람들이 반대를 많이 했대요. 그래서, 저건 X가 아니라 다이아몬드(◇)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OK가 떨어졌다고 하네요. 그게 그것 같지만, 홍콩 사람들이 우리나라 못지 않게 풍수지리를 많이 따집니다. 건물 지을때 풍수가 안좋다, 물이 부족하다 하면 분수를 놓고, 건물이 기를 막는다고 하면 건물 한가운데를 뚫어버려요. 풍수지리에 무척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홍콩에는 수많은 은행이 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은행부터, 들어보지도 못한 진짜 우리나라 저축은행같은 은행도 많구요, 금융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은행들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제가 느꼈던 점은 금융의 중심지긴 한데... 그건 기업금융의 중심지라는 것이지, 소매금융의 중심지라는게 아닙니다. 소매금융은 우리나라가 훨씬 편리해요, 사실.

예를 들면, 창구 즉발이 되는 카드...는 없습니다. 체크카드라는 개념이 없기도 하거니와, 대부분 신용카드를 들고다니지 체크카드를 쓰지 않아요. '직불카드'는 있습니다. UnionPay와, EPS(홍콩의 BC카드와 같은 홍콩 내부 망)라는 망이 있긴 한데 안받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Visa나 Mastercard가 더 많이 쓰여요. American Express도 많이 쓰이는 것 같긴 한데, 수수료가 높이 책정되어 있어서 써보지를 못했네요. UnionPay도 대부분 받아주긴 합니다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체크카드가 아예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Hang Seng Bank에서 'Spending Card'라고 충전식 카드가 있는데요, 연회비가 없고 충전식으로 사용되는 카드입니다. 카드 번호가 계좌번호가 되어 그리로 입금하면 충전이 되고, 떨어지면 자동 충전 기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불편한점이 전산이... 오래걸려요. 하루에서 이틀은 기본적으로 걸립니다, 충전하는데. 주말이 끼면 더 오래 걸리기도 하구요. 직불카드라고 창구 즉발이 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외국인으로서 계좌 신청을 하면, 최소 1주일~2주일 후에 메일로 직불카드를 수령하라고 편지가 옵니다. 편지를 들고 창구에 가면 카드로 바꿔줘요. 조금 귀찮죠. 뭐 상황 바이 상황이긴 합니다만 저는 1달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계좌가 오픈이 되면 그제서야 Spending Card를 신청하고, 이것 또한 1~2주가 걸립니다. ATM도 좀 올드한 냄새가 납니다. 우리나라의 ATM은 대부분 터치스크린이잖아요? 홍콩의 ATM은 버튼을 누르는 방식입니다. 색깔도 단색...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되게 '오래된 느낌'이 나는 것은 있었습니다. 


여하튼, 홍콩의 지폐 권종과 발권은행에 대해서 썰을 조금 풀어봤습니다. 재밌으셨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