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니? 你食咗飯未呀? - "족팡매야?"

Posted by 자유정의설리
2015. 2. 23. 02:00 港島 : 광동어




아주 오래전에 KBS2에서 <스타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때 '니취판러마(你吃饭了吗)'와 함께 '족팡매야'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천명훈씨가 발음을 세게 해서 당시에는 나름 화제가 되었던 단어였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광동어 하면 "엥? 그거 족팡매야 하는 언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족팡매야"의 진실


족팡매야라는 말은 실제로는 없습니다(...). 자세히 들어보시면 앞에 "네이 쎅"이라는 발음이 분명히 들리실텐데 아마 자막 쓰시는 분이 그 부분보다 "족팡매야"라는 발음이 재밌어서 저렇게 쓰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광동어로는 "밥 먹었니?"가 뭘까요?


 

 

 

 

 

 

 呀?

 

 

 Nei5

 sik6

 zo2

 faan6 

 mei6

 aa3

 

 

 너

 먹다

 (완료형)

 

 (완료의 부정)

 (어기조사)

 


즉, 전에 말씀드렸던 의문문의 형태 중 하나인 정반의문문(긍정+부정)의 형태인데요. 이 문장에서 주의하실 점은 부정을 하는게 먹다, 즉 '먹다/안먹다'가 아니라 먹는 사실이 완료 되었느냐 아니냐에 중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밥을 안먹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먹겠느냐 안먹겠느냐, 이런 뉘앙스가 아니라 이미 밥을 먹은 것을 끝냈느냐, 아니면 아직 먹지 않았느냐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죠.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완료형(咗)과 완료형의 부정(未)입니다. 완료형이라 함은 '과거형'이 아니라 어떤 사실이 완료되었느냐를 따지는 거죠. 과거형은 '먹었다'라면 완료형은 '이미 먹다' 정도의 뉘앙스 차이입니다. 사실 중국어에는 과거형이라고 부를만한 '시제'라는 것이 없어서 적응하기 힘든데요, 표준 중국어에서 了의 역할과 같습니다.


또한, 완료형(咗)의 부정형은 唔(m4)이 아니라 未입니다. 즉 '미완료'의 의미인데요, 주의하실 점은 未가 들어가 있을 때에는 표준 중국어의 没-了의 관계처럼 咗가 붙을 수 없습니다. 즉, 


你食咗飯未呀? 

1. 我食飯。

2. 我食飯。


와 같이, 부정을 할 때에는 咗가 같은 문장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확히 발음하자면 '네이 쎅조 판 메이아?' 정도가 되겠네요. 족이 아니라 조입니다.


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볼까?


밥 먹었니? 가 사실은 진짜 밥을 먹었느냐, 안먹었느냐 묻는 의미라기 보다는 영어의 'How are you?'정도의 인삿말로 생각하시면 되요. 왜그런고 하니까 이게 문화 차이에서 유래하는데, 우리나라는 '의식주'라고 할 만큼 의, 식, 주 순으로 강조되어 있지만 같은 단어를 중국에서는 '식의주'라고 합니다. 즉, 식(食),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데요, 예전에는 워낙 생산력이 좋지 않다 보니까 먹을 것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까 "밥은 먹었느냐"가 인삿말이 되어버린 겁니다. 표준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니츠판러마(你吃饭了吗?)라고 묻습니다.


자, 그럼 다음에 홍콩 사람을 만나면 한번 물어보세요. 


밥은 먹고 다니니?




P.S.

도대체 마틸다 풍씨는 어떻게 지낼까요? 네이버에 찾아보니까 2007년 이후로는 활동이 없던데 (...)